본문 바로가기

독일생활/생활정보

독일 치과는 어떨까? 베를린 치과 방문기

내 이빨이 선천적으로 약한 편이라 슬프게도 독일에 와서 언젠간 문제가 발생할 걸 예상하고 있었다. 역시나 다를까 식사를 하는데 소시지의 두꺼운 껍질 때문이였는지 딱 소리와 함께 어금니의 일부가 부려져버렸다. 독일의 치과는 보험처리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 굉장히 비싸다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서 큰 걱정과 함께 일단 내가 당시 들었던 워킹홀리데이 어시스트카드 보험에 치아 관련 규정을 문의했다.


Q : 식사를 하다가 어금니 쪽이 부러졌습니다. 보상이 가능한가요?


RE : 치과는 보상규정이 매우 까다로워서 보상되는지 답변드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여행자 보험으로 치과 치료는 보상 안되시는 것이 많은데, 한번도 치료하신 적 없는 치아라면 출국 후 6개월 지난 뒤 발병되는 충치치료 신경치료 까지 보상되시고, 대신 금니 처럼 씌우는 부분은 보상에서 제외됩니다. 치료한 적 없는 치아가 다치신 경우는 출국일 상관없이 일부 보상 가능하시고, 잇몸 치료는 불소가 포함된 치료는 보상에서 제외됩니다. 그 외에도 보철이나 레진 치료도 보상에서 제외되시기 때문에 선지불로 다녀오신 뒤 진단서, 영수증 받아오셔서 나머지 구비서류 준비하여 후보상 신청 해보셔야 정확히 심사해서 안내드릴 수 있습니다.



내가 문의하고 받은 답변은 위와 같다. 워킹홀리데이 보험의 경우에는 치과 지원이 100% 안 된다기 보다는 좀 심사적인 부분에서 까다로운 것 같았다. 일단 치과에 다녀 온 후에 후보상 청구를 한 후 심사팀에서 심사를 해야만 보상이 가능한지 안가능한지 알 수 있다는 것. 일단 치과에 방문해 치료를 해야만 했다.



베를린에서 치과를 찾다.



일단 내가 살고 있는 독일 베를린에서 괜찮은 치과를 수소문하고 인터넷으로 서치하기 시작했다. 일단 한인 치과를 우선적으로 찾았다. 그 이유는 일단 말이 통해야 내 상황을 잘 설명할 수 있고 그래야 정확한 진단서를 받아 추후 보상을 받을 때 문제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Froben11 이라는 한국인 교포분이 하시는 치과를 찾았고 구글 평점이 5점인(이거 실화?) 이 곳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오픈시간이 매일 달라서 시간 체크를 한 뒤에 전화로 테어민을 잡았다. 의사선생님만 교포분이시고 나머지 근무자들은 독일인이기 때문에 독일어로 테어민을 잡아야 한다. 통증이 약간 있다고 하니 바로 다음날 아침으로 테어민을 잡아주셨다. 나는 독일어로 잡았지만 정말 독일어가 안되면 데스크에서 선생님께 바로 연결해 주기도 하는 것 같았다.



독일에서 병원은 이전에 몇 번 가봤지만 치과는 처음이라 약간 떨리기도 했다. 하지만 입구에 들어가보니 한국 치과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오히려 천정이 더 높아서 쾌적한 느낌이 들었으며 청결 상태 또한 굉장히 좋았다. 일단 데스크에서 예약잡은 시간을 확인하니 여권과 보험 여부를 물어본다. 나는 독일 보험이 없기 때문에 진료비 지불을 먼저 한다고 하였다. 그 다음 몸 상태 관련해 체크하는 서류를 받고 작성 후 제출하였다. 



약 30분 정도 기다리니 Zahnarztpraxis Hae-Mie Choi 선생님이 오셨고 곧바로 진료실로 들어갔다. 선생님은 굉장히 젊으셨고 분위기는 한국 치과와 매우 비슷했다. 선생님께서는 어떤 언어가 편하냐고 물어보셔서 나는 한국어가 편하다고 대답한 후 상황에 대해서 천천히 최대한 정확하게 설명드렸다. 식사를 하다가 이빨이 부러졌으며 무엇으로 때우고 왜 이것으로 때워야 하는지에 대해서 진단서에 상세하게 적어달라고 부탁드렸다. 내 이빨을 유심히 살펴보시더니 3가지 치료 방법을 추천해주셨다.


1순위 크라운

크라운으로 씌우면 가장 좋지만 보험이 없으면 굉장히 비싸서 추천을 안 하신다고 한다. 어금니 모퉁이 4/1이 부러졌고 한국 같았으면 바로 크라운을 추천해줬을 텐데 의외였다.


2순위 레진

레진으로 치료해도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다고 하셨다. 가성비 좋으며 이것으로 하는 것을 적극 추천해주셨다.


3순위 레진과 비슷하지만 한 단계 아래

레진과 비슷한 치아색이지만 모퉁이 부분이고 접착력이 레진보다는 약하기 때문에 추후에 다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셨다.


나는 레진으로 하기로 결정했으며 선생님께서는 마취를 원하냐고 물어보셨다. 이미 치과 치료의 고통에 득달한 나는 마취는 안 하기로 했고 선생님은 마취 없는 레진치료로 견적서를 보여주셨다. 가격은 약 240유로. 한화로 약 30만원이 넘는 돈이다. 비싸다 ㅠ



위 견적서는 내가 받은 진료 견적서이며 어느 재료에 어느 치료에 얼마가 들어갔는지 굉장히 꼼꼼하게 적혀있다. 추후에 어시스트카드에 치과 치료 후보상에 필요한 서류이다.



진료가 시작되었고 내가 한국에 있을 때 다니던 치과보다 진료 장비들이 굉장히 좋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 외에 좀 당황스러웠던 것은 간호사 3명과 선생님 1분 총 4분이 치료에 투입된다는 것..... 부담스럽게 4명이나...? 진료 시간은 약 20-30분 정도 소요되었다. 마취를 안 해서 좀 아프긴 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였고(식은땀 겁나 흘림) 3개월이 지난 지금 통증도 없고 튼튼하게 고기도 잘 씹고 하는거 보면 치료도 잘 된 것 같다. 카드로 계산 후에 영수증과 진단서 견적서 등을 받아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린 뒤 치과를 떠났다. 이제 어시스트카드에 보상 청구를 한 후에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보험 보상은?


결론은 어시스트카드에서 전액 보상해 주었다. 우선 보상팀에서 내 서류를 보고 혼란이 없도록 상황 보고서에 정확하게 어떻게 하다가 어디가 어떻게 부러졌는지 상세하게 적어서 냈다. 혹시 몰라서 부러진 즉시 사진을 찍어 두었지만 사진은 별도로 제출하지 않았고 간단하게 어느 부분이 부러졌는지 그림을 그려서 제출했다. 어시스트카드 측에서는 약 1-2주정도 심사가 소요될 것이라고 했지만 놀랍게도 신청한 바로 다음날 치료비 전액이 통장으로 들어왔다. 굉장히 빠르고 만족스러운 보상이였다. 물론 전액 보상 받았기 때문이지만.


결과적으로 독일 치과도 한국 치과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다행히 좋은 선생님을 만났고 치료도 잘 받았고 보상 또한 잘 해결되었다. 해외에서 보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계기였기도 하고... 다음에는 굉장히 당황스러웠지만 유쾌했던 이비인후과 방문기를 들려드리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