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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생활정보

독일에서의 어학원 생활은 어떨까?

독일에 생활하려면 독일어는 정말 필수다. 나 또한 독일 베를린에 오자마자 Wilmersdorf에 있는 VHS(Volkshochschule)라는 어학원에 등록했다. VHS 라는 곳은 나라에서 운영하는 곳이며 시민학교와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질 높은 수업을 가르치는 소위 말하는 "가성비 좋은" 학원이다. 요즘 난민들뿐만 아니라 유럽 각지에서 몰려드는 외국인들로 어학원 들어가기가 힘들다는 베를린. 간단하게 학원에 등록하는 방법 그리고 어학원 분위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한다.



독일에는 도시별 더 나아가 지역별로 VHS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잘 가르치기로 소문난 곳들이 있다. 웹 서핑을 하면 어느 위치에 있는 VHS가 유명하고 잘 가르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처음 독일에 와서 VHS를 다닐 분이라면 자신이 등록할 곳의 평점 및 후기들을 꼭 찾아보길 바란다. 참고로 내가 사는 베를린의 경우에는 빌머스도르프에 위치한 VHS 선생님들이 잘 가르치기로 입소문이 나 있었다.



어학원을 등록하고 나오는 길. 참고로 위에 사진들은 빌머스도르프의 VHS 본 캠퍼스이다. 굉장히 고풍스럽고 멋진 느낌을 풍긴다. VHS는 독일어 뿐만 아니라 영어, 일본어, 불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한국어(일부 캠퍼스) 더 나아가 요리, 운동, 악기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수강 할 수 있다. 영어와 독어를 못하는 나도 아주 쉽게 등록할 수 있었다.



독일 대부분의 학원들은 수강 신청을 할 수 있는 요일과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는데 한국에서 처럼 아무때나 등록하러 가면 낭패보기 쉽상이다. 내가 등록한 곳 같은 경우에는 월요일과 수요일만 수강 신청을 할 수 있었으며 오전 10-12시, 오후 5-7시 에만 가능했다. 베를린 내 VHS들은 https://www.berlin.de/vhs 에서 수업 종류와 시간표에 대해 자세히 확인 할 수 있다. 참고로 온라인을 통한 수강 신청은 불가능하다.



요즘 베를린 같은 경우에는 독일어를 배우려는 사람들로 넘처난다. 그래서인지 어학원을 등록하자마자 바로 다니긴 힘들고 1달 정도 대기는 기본. 팁을 주자면 학원 등록 창구에 오픈시간보다 1시간 정도 일찍 갈 것을 추천한다. 나는 그렇게 해서 대기번호 1번을 받았고 무사히 약 4주뒤에 시작하는 독일어 A1.1(시작단계) 인텐시브 코스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A1.1은 테스트를 볼 필요 없으며 만약 상위 단계를 바로 듣고싶다면 테스트가 필요하다. 



드디어 첫 수업을 하는 날이 왔고 나는 당연하게 빌머스도르프 VHS로 향했다. 그런데 웬걸 우리 수업은 여기서 진행하지 않고 강의실이 부족해 Berliner Strasse역에 위치한 West City 캠퍼스에서 진행을 한다는게 아닌가. 좌절할 시간도 없이 헐래벌떡 뛰어서 웨스트 시티 캠퍼스로 갔다. (지하철 15분-20분 거리) 수강증을 줄 때 수업하는 곳 위치가 써저있는데 당연히 등록한 곳에서 하겠지 라고 생각한 내 잘못이었다.



샬로텐부르크 빌머스도르프 City West 캠퍼스는 본 캠퍼스에서 지하철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독일어를 배워야하는 사람들은 많아지고(난민들. 참고로 난민들은 독일에 거주하기 위해서는 독일어를 배워야 하며 나라에서 지정한 학원에 다니면 차비와 학원비를 지불해준다) 빌머스도르프 캠퍼스에서는 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어서 West City 캠퍼스를 추가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 건물 안에는 학원 뿐만 아니라 유치원, 카페, 지방청 까지 있었다.




좀 더 현대적인 느낌이 강한 웨스트 캠퍼스. 개인적으로 빌머스도르프 본 캠퍼스 건물이 맘에 들었는데 아쉽다. 이 건물 4층만(한국식 5층) 강의실로 사용한다.



대체적인 학원 건물 분위기는 이렇다. 복도가 굉장히 넓으며 층고또한 심각하게 높다. 복도에는 나름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의 그림이 걸려있으며 주기적으로 그림이 교체된다.



내가 등록한 학원 수업은 인텐시브 코스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30 - 오후 12:30에 진행하며 선생님은 두분에서 번갈아가며 가르치신다. 위에는 핑크색을 정말 사랑하는 에비라 선생님. 옷도 핑크색 머리도 안경도 귀걸이도 가방도 신발도 모두 핑크다. 심지어 물통까지... 괴짜 선생님이다. 너무 웃기게 수업을 진행하셔서 항상 시간가는줄 모르고 수업을 듣는다. 



수업에는 20명정도가 참석한다. 우리 반에는 역시나 다양한 국적을 가진 친구들이 많았다. 스페인에서 온 커플부터 칠레, 아르헨티나, 탄자니아, 그리스, 마케도니아, 이탈리아, 폴란드, 시리아, 이란, 루마니아, 일본, 한국 등등. 참고로 한국 사람은 나와 내 여자친구를 제외하고 한분 더 계셨다. 수업은 독일어로만 진행되며 동료들과는 보통 영어로 소통한다. 참고로 우리반에 난민 친구들은 6명 정도 있었다.



우리 수업은 Linie라는 책으로 진행했다. 참고로 책은 첫 수업시간에 뭐 사라고 알려준다. 처음 등록할때 미리 물어보고 사가도 무방하다. 처음 수업에 들어갔을 때 저 칠판을 보고 "우와" 했던 기억이 있다. 칠판이 상하로 움직이며 옆으로 펼쳐지기 까지 한다. 



학원 쉬는시간. 20분정도 휴식을 취하며 1층에 있는 카페를 가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 나가서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참고로 간식과 마실 것들을 꼭 싸가길 추천하다. 한창 배고플 시간이기 때문. 수업을 듣다보면 사방 팔방에서 꼬르륵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외국인들도 꼬르륵 소리 나더라 그것도 무지 크게.



학원 앞 풍경. 10월 말 쯤 이였을까? 저때는 나름 날씨도 좋고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겼었는데 지금은 휑~한 겨울이다. 베를린 겨울은 정말 혹독하다. 



위 사진처럼 수업 중간에 파트너와 짝을 이뤄서 뭔가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파트너에게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게 되며 친해지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학원에서 가장 친한 친구 알베르토가 보낸 편지. 편지 쓰는 것도 수업의 일부다. 스페인에서 온 알베르토와 파울라는 둘이 커플이며 우리와 나이대도 비슷해서 마음이 잘 통한다.



이건 일본에서 온 마키라는 친구가 선물해 준 책갈피. 학원 다니면서 일본 파워가 정말 대단하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자기소개를 하는데 대부분의 학원 친구들이 스시를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았으며 한 폴란드 친구는 스시가 너무 좋아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또 일본 만화를 정말 사랑해서 자기 자신을 오타쿠라고 하던 친구도 있었다. 반면에 한국은 한창 박근혜 게이트로 독일 지하철 TV 부터 각종 매체에 안 좋은 소식으로 도배될 때라 얼굴을 들고 다니기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선생님이 " 너네 나라 대통령 크레이지네? 근데 아직도 안 내려오고 뭐해 내려오긴 해? 국민들은 안 끌어 내리고 뭐해?" 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었는데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곧 내려올 거예요" 하면 거짓말 쟁이가 되는 것 이니깐.



가끔 학원 친구들이 우리집에 놀러오기도 했다. 위 사진은 알베르토와 파울라가 놀러온 날. 맥주를 얼마나 마셨는지 결국 필름이 끊기고 말핬다. 대화도 잘 안통하던 우리였지만 얼마나 잼있게 놀았던지.... 주말에 모여서 한국 노래방, 독일 노래방에 놀러 다니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한달 사이에 굉장히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함께 놀러다녔던 것 같다. 



알베르토가 마셔보라고 갖다준 스페인 맥주. 나는 그에게 소주와 소맥을 선사해 줬다. 주량이 나도 쎈 편인데 보드카나 럼을 즐겨마시는 알베르토를 당해낼 순 없었다. 소주를 마시더니 물같다고 하던...




제클린이라는 탄자니아 친구도 놀러오고 그녀의 남자친구인 독일인 우버도 놀러왔었다. 둘다 채식주위자라서 두부전, 감자전, 샐러드파스타, 김밥, 계란말이 등을 해줬던 기억이 있다. 우버는 자기 자신을 이스트 출신 이라고 소개했으며 동독에서 유명했던 맥주들을 추천해 줬었다. 이들도 정말 좋은 친구들.



제클린이라는 친구가 우리를 너무 좋아하고 잘 챙겨줘서 우리는 무엇을 해 줄수 있을까 고민하다 그림을 그려줬다.



초창기에 열심히 공부했던 모습. 수업을 녹음까지 하면서 공부했었다. 지금은 녹음 안한다....



위 사진은 A1.1 코스가 끝나고 방학이 시작했을 때. VHS는 한 코스당 한달이 약간 넘어가는 5주이고 일반 학교들과 같이 방학이 있다. 여유있게 독일어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장점으로 다가올 수 있겠고 빨리 독일어를 공부해 시험을 쳐야 하는 학생들에겐 단점으로 다가올 테니 참고하면 좋겠다. 



다양한 국적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 오기 전 들었던 난민들에 대한 안좋은 소문들. 그들과 함께 하는 수업. 첫 시간 강의실에 문을 열고 들어갔던 순간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처음 보는 낯선 환경에 무섭고 떨렸었고, "잘 적응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었던 나. 지금 생각해보면 다 기우였던 것 같다. 여기도 다 사람사는 세상이고 이들도 다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 내가 진심으로 다가가면 그들도 진심으로 다가온 다는 것. 지금 어학원 3개월차에 접어들고 있는 나는 이 곳에서 독일어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어떤 것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글 / 사진 : 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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