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생활/이민일기

20대 후반 커플. 독일로 이민을 떠나다.

 우리는 서울 토박이고 20대 후반의 2년 차 커플이다. 좀더 자세히 이야기해보자면 결혼을 약속한 커플. 소위 말하는 대기업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던 커플. 맞벌이로 억대 연봉을 훌쩍 넘길만큼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던 커플. 그러나 반복되는 야근과 주말 출근에 지쳐있던 그런 커플이었다.


 약 1년 4개월 전쯤이었나? 우리들 또한 한국에 산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다. "헬조선 탈출" "이민" 이런 현실 불가능 할 것 같은 생각들. 지겹도록 반복되는 삶 속에서 이런 생각은 우리에게 달콤한 유혹과도 같았다.


 한 반년쯤 고민했을까. 우리는 결국 이 말도 안 될 것 같은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고 정확히 6개월 뒤 독일로 가기로 결정했다. 참고로 우리 둘 다 독일에 단 한번도 방문해 본 적도 없으며 독일어 또한 인연이 없었다. 그런데도 독일로 가기로 결정한 이유는 첫째, 유럽에서 살아보고 싶은 로망이 있었고. 둘째, 학비가 무료 인데다가 물가까지 저렴했으며, 셋째, 부요한 국가인 동시에 최고의 복지국가였고. 마지막으로 초기 정착을 위한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잘 나왔기 때문이었다.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회사를 다니게 될 경우 야근과 주말 출근이 없다는 점. 이러한 점들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정말 가기로 결정 한 뒤로 우리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우선 가장 필요한 게 뭔가 생각해 봤더니 슬프게도 역시나 돈. 독어도 영어도 못하는 우리였기 때문에 가서 믿을 것은 돈 밖에 없었다. 석사를 하고 현지 취업을 하던, 맥도날드에서 고기를 굽던 언어를 익힐 동안 버틸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수중에 모아둔 돈은 거의 없던 여자친구. 오랜 기간 동안 부모님들께 지원을 받고 살아오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받을 수도 없는 입장이었던 나. 우리는 6개월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돈을 모아가야 했다.


 일단 각자 살던 월세집에서 나와 5평짜리 쪽방으로 집을 합쳤다. 전 집에서 각자 사용하던 가구와 가전은 이사하면서 모두 처분했고 여가생활까지 모두 반납 했으며 식비 조절에도 들어갔다. 우리는 서로 더 단단해지기로 약속했고 언제든 독일행 티켓만 끊으면 떠날 수 있게 몸과 마음의 준비를 했다.



 6개월이라는 시간은 길어 보였지만 회사 다니면서 준비하기에는 매우 촉박한 시간이었다. 비자(워킹홀리데이) 발급 서류도 준비해야 했으며, 독일어 공부도 해야 했다. 어느 도시로 갈지 정해야 했고, 살 집도 구해야 했고, 그 기간에 맞춰서 비행기 티켓팅도 해야했다. 머리에 쥐가 날 것만 같았다. 그래도 가겠다는 굳은 의지만 있다면 무언들 못하겠는가. 비자는 틈틈이 회사 점심시간이나 반차를 내서 준비하고 신청했으며 밤바다 어느 지역이 좋은지 가서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아... 아쉽게도 한국에서의 독일어 공부는 시간상 포기했다. 가서 "무" 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는 별로 고민하지 않고 독일의 수도 베를린으로 가기로 정했다. 아무래도 수도로 가는 것이 많은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전공하고 잘 맞는 도시라고 생각했다. 단지 그 이유다. 독일로 떠나기 2개월 전쯤 우리는 비자도 무사히 받았고 티켓팅도 수월하게 했으며 구하기 어렵다는 집도 도착 날짜에 딱 맞게 구했다.


 뭔가 출발 전 일이 착착 풀리는 듯 해 보였는데 문제가 생겼다. 우리 자금이 생각했던 예산보다 턱없이 부족했던 것. 역시나 돈이 문제였다. 돈이란게 원래 있으면 있는데로 쓰고 없으면 없는데로 쓴다지만 좀 심각했다. 내년 초에 여자친구 진급과 상여금이 예정 되 있어서 받고 갈까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평생 못갈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주변에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과감하고도 무모하게 예정된 날자에 가기로 했다.


 "어차피 가기로 정한거 가서 생각하자" "가서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으로 출국 날짜만을 기다렸다. 여자친구는 출국 1주일 전 회사를 그만두었으며 나는 출국 2일 전에 회사를 그만 두었다. 참...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출국 이틀 전까지 회사에 나갔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여자친구 내친구들 모두 다 같이 송별회도 크게 하고 틈틈히 부모님, 친척들께도 인사를 다 드렸다. 그렇게 6개월은 빛처럼 빠르게 지나갔고 우리는 생전 처음 독일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10년간 한국에 절대 방문도 돌아오지 않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춘천 펜션 까지 30명이 넘게 찾아준 송별회>


<출국 전날 동네 친구들과 밤과음악사이 본점(한남)에서. 이 때 앞으로 친구들을 자주 못 본다는 생각에 울컥.>


<사랑하는 협회 동기들 한남동 지하 PUB에서>


<이사간 집 앞 논현동 포장마차에서 출국 한달 전부터 정말 매일 술을 마셨던 것 같다. 벌써 그립다.>


<인천공항 탑승 수속 전. 2016년 9월 말>


글 / 사진 : 독소

많은 공감은 글 쓰는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