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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정착준비

한국에서 보낸 우체국 선박 택배 독일 세관(Zoll amt)에 걸려 찾아온 이야기

독일에 가기 전 한국에서 보낸 다섯 박스의 선박 택배들은 무사히 도착했지만 추후에 친구가 보내준 나의 8년 된 재봉틀은 어이없게도 Zoll Amt에 걸리고 말았다. 기다리다 보니 한 장의 편지가 도착했다. 독일어를 못하는 나와 여자친구는 편지를 받자마자 한숨부터.... 푹.

편지를 뜯어보니 종이 두 장이 들어 있었다. 첫 번째 장에 송장 원본이 붙어 있었고 송장을 확인해 보니 물품 가액 30달러, Used(중고) 라고 적혀있었다. 그런데도 세관에 걸린 것을 보니 역시나 랜덤으로 잡는 듯해 보였다. 관세는 30유로 정도가 청구되어 왔는데 8년 전에 구입한 재봉틀이고 오래전 단종된 상품을 어떤 기준으로 금액을 측정했는지는 모르겠다. 일단 떨리는 마음을 가지고 베를린 쉐네벡에 있는 쫄암트로 향했다. 


내가 가지고 간 준비물 : 위 종이 두장, 여권, 학사 졸업증(영문)

준비 못 했는데 요구한 것들 : 학생증 혹은 어학원생을 증명할 수 있는 어학원등록증



<출처 : 구글>


쫄암트의 전경. 나도 처음 가는 것이었는데 일단 안멜둥 하는 곳을 찾아서 들어갔다. 안멜둥 하는 곳은 먼저 서류를 받는 곳이다. 이 택배 안에 들어있는 물건의 영수증을 제출해야 하고 만약에 없다면 왜 없는지 말해야 한다. 나는 당연히 영수증이 없었다. 8년전 한국에서 산 제품인데 영수증이 있을 리가... 간단하게 나는 구글 번역기로 나는 한국에서 학사를 졸업했고 여기서 석사를 하기위해 언어를 배우고 있다. 8년 전에 산 중고 재봉틀이라 영수증이 없다. 라는 메모를 보여줬는데!!! 독일어로 자꾸 뭐라 한다. 당연히 대답을 못했고 직원이 답답했는지 독일어 할 줄 아는 친구를 데리고 다시 오라고 한다. (완전 멘붕)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최대한 불쌍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영어로 이거 중고라고! 하니깐 뭐라 뭐라 적더니 영어 하는 직원이 있는 창구로 보내주겠다 하고 번호표를 줬다. 일단 무사히 1단계를 넘긴 셈. 여기 안멜둥 하는 직원은 영어를 잘 못하는 듯했다.



번호표를 받고 대기하는 곳에서 내 번호가 전광판에 뜰 때까지 기다렸다. 한국에 있을 당시 독일 대사관 비자 신청 시스템과 비슷했다. 기다리다 보니 우리 번호가 나왔고 창구로 들어갔다. 창구에는 반가운 나의 우체국 택배 상자와 함께 직원이 한 명 서 있었다. 여기서 이제 내 택배를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하나도 없었다. 대략 대화는 이랬다.


직원 : "영수증 못 주면 관세 내야 돼"

우리 : "없는데 우리 학교 석사 준비하고 있어(동문서답)"

직원 : "학생증이나 입학증서 줘봐"

우리 : "없는데 어학 준비해서 지원할거야"

직원 : "어학원 등록증 줘봐"

우리 : "어학원 등록증 집에 있는데"

직원 : "그러면 안 돼 돈 내"

여자친구 : "기다려봐 나 어학원에서 찍은 사진 있어 여기 뽀크호크슐레야(VHS) 너 뽀크호크슐레 알지?" 

직원 : (빵터짐) 

우리 : (반 포기 상태)

직원 : (계속 웃는다) 너네 석사 준비 한다면서 비자는 있어?

우리 : 응 있어(보여준게 워킹홀리데이 비자)

직원 : .....워홀비자. 일단 이거 열어서 한번 보자.

우리 : 당근!

직원 : 알겠어 그냥 가지고 가.

우리 : 쀨렝 쀨렝 당크.


-끝-


받고 나니 허무했다. 영수증이 있었다면 정말 간단했을 테지만 오래전에 구입한 물건의 영수증을 가지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학생증이나 어학원증이 있었다면 더 쉽게 일이 풀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직원이 끝까지 영수증을 요구한다면 학생, 어학원생이고 모고 정말 관세를 다 내야 할 수도. 만약 한국에서 보낸 택배가 쫄에 걸렸다면 본인 신분과 현재 상황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들이란 서류들은 모두 들고 가는 것이 좋다. 독일은 계좌를 만들 때, 안멜둥을 할 때, 기타 업무를 처리할 때  등 담당자(직원) 운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는 걸 다시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다.